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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할 때마다 이전의 내가 하나씩 사라진다
스페인 살 때는 하루 1만보는 기본이었다.
짧은 반바지에 걷기 편한 신발을 신고 아가와 함께 이 놀이터. 저 놀이터를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두바이의 40도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는 하루 3천보를 채우기도 쉽지않다.
대신 새벽 6시 일어나 말을 타러 간다.
나는 여전히 걷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곳 두바이에서는 적어도 6개월은 에어컨이 빵빵한 쇼핑몰에서만 가능한 취미생활이다.
태국에서는? 요리는 거의 안하고, 매 끼니를 로컬 시장에서 사서 먹었다.
(그러다 종종 배탈이 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마찬가지로 요리는 거의 안하고, 배달의 유혹이 홀랑 넘어갔다.
(그러다 텅장이 되곤 했다)
사는 곳을 종종 옮기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이지 환경은 나라는 동물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걷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바이에서는 실천하기 정말 어렵기에, 차를 더 잘 모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아무리 똥손이라도, 두바이 물가에 후덜덜하면서 요리를 절로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의외로 요리가 취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아쉽지만 근데 아직은 사먹는게 좋다)
운전이 좋아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두바이 운전은 너무 빡세 ㅠ)
환경은 내 안의 어떤 모습은 강화하고, 어떤 모습은 잠재우고,
나도 몰랐던 모습은 새롭게 발견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말타기를 이렇게나 좋아할 줄 알았겠는가.....
내가 생각보다(!?) 요리를 잘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러기에 더더욱 어디서 살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강화하고, 어떤건 잠재우고,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생각해보니 두바이 와서 술은 거의 한방울도 못마셨다. 여긴 술 사는 것 조차 힘든 곳이니까...
어찌보면 잘된 것..!?)
이사는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한 버전의 나를 끝내고, 다른 버전의 나를 재구성하는 일이라는 것 같다.
그러다 나도 몰랐던 나를 재발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난 이사를 추천한다. 특히 국제이사!
물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꽤나 괴롭고 힘들겠지만...